[건강보험] 한곳에서 시작돼 전신을 위협하는 경고, 췌장염 - 사실과 오해

본 내용은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 2022.12 : Vol.290>에 수록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간, 신장과 함께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췌장

 

췌장은 병으로 인해 전체의 80% 정도가 파괴될때 까지 기능이 유지되며 대부분 특별한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췌장에 발병하는 주요질환이 췌장염이다.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되는 췌장염은 만성인 경우 무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췌장염에 대해 먼저 알고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췌장염은 췌장에서 시작되는 염증성질환이지만 병이 악화되면 전신의 장기를 침범할 수 있다. 더욱이 만성췌장염으로 진행될 경우 췌장기능에 영구적 장애를 일으키며 합병증이 심해지면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췌장, 그 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경고일지라도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한다.

 

다음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박병규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 췌장염과 관련한 '사실과 오해'를 풀어봅니다.

 


Q1 : 급성췌장염과 만성췌장염은 어떻게 다른가요?

췌장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인슐린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능과 소화를 돕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기능입니다. 급성췌장염은 췌장의 외분비기능 손상으로 소화효소가 조기에 활성화돼 나타나는 급성 염증성질환입니다. 즉 췌장에서 활성화된 소화효소가 췌장과 주변 조직을 공격해 부종, 출혈, 괴사 등을 일으키며 심하면 전신 염증과 다발성 장기부전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급성췌장염은 대부분 병이 호전되면 췌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가역성을 지녔습니다.

한편 만성췌장염은 만성 염증으로 인해 췌장이 돌처럼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특징이며, 췌장 내분비기능과 외분비기능 모두 장애를 일으킵니다. 특히 섬유화가 지속되면 췌장 세포가 손상돼 췌장 기능이 회복되지 않는 비가역성을 나타냅니다.

 

 

Q2 : 왜 췌장염이 위험한가요?

췌장염은 췌장에서 시작되는 염증이지만 췌장에서 나오는 여러 활성물질이 주변 장기를 손상시키거나 전신의 장기를 침범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급성췌장염 중 약 20%는 중증으로 진행되며 장기부전, 췌장 괴사, 가성낭종, 농양 등의 합병증이 동반됩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전체 환자의 약 2%는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것입니다.

만성췌장염의 경우 만성적인 염증성 변화로 췌장에 영구적 기능장애를 초래합니다. 또한 췌장 석회화, 췌장 결석, 가성낭종, 농양, 당뇨병, 췌장암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질환입니다.

 

Q3 : 주요 원인이 음주라고 하는데요. 술을 얼마나 마시면 췌장염에 걸리나요?

알코올(술)은 급성췌장염 발병원인의 약 40%, 만성췌장염 발병원인의 40~60%가량을 차지합니다. 술을 지속적으로 많이 마시면 술을 대사시키기 위해 췌장에서 과도하게 많은 췌장액(단백질 소화효소 등)을 분비합니다. 이러한 다량의 췌장액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못한 채 역류해 췌장을 파괴시키고 만성췌장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람마다 주량 차이가 있기에 발병위험도 개인차가 있지만, 장기간 많은 술을 마실 경우 췌장염 위험이 증가합니다.  보통 매일 다섯 잔 이상의 술을 5년 넘게 마신 경우 만성췌장염 발병률이 높아지며 여기에 흡연, 인종, 유전적 성향 등이 더해지면 위험은 한층 더 커집니다. 

폭음 또한 위험한데 폭음한 사람의 5~10%에서 급성췌장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폭음 기준은 2시간 이내에 소주 한 병 이상을 마시는 경우입니다.

 

 

Q4 : 췌장염은 복통이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위염이나 위궤양의 통증과 어떻게 구별되나요?

췌장염 통증은 가벼운 단계부터 진통제가 필요할 만큼 심한 단계까지 다양합니다. 보통 명치나 몸의 왼쪽에 통증이 나타나며 가슴, 등, 어깨로 퍼지기도 합니다. 췌장은 등 쪽에 위치해 있어 누우면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를 모아 구부리면 통증이 완화됩니다. 특히 대부분의 환자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통증을 경험하기에 통증이 가장 심한 질환으로 손꼽힙니다.

반면 위염은 위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며, 위궤양은 위장 점막이 손상된 질환입니다. 위염이나 위궤양의 경우 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한 증상이 많이 나타나며, 주로 배꼽 위쪽 중앙에 통증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복부통증은 췌장염을 비롯해 맹장염(충수염), 담낭염 등 다양한 질환에 의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통증이 느껴지면 임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5 :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급성췌장염의 85~90% 가량은 수액을 충분히 공급하고 금식을 통해 췌장을 쉬게 해주는 보존적 치료로 회복이 가능합니다. 아울러 발병원인에 따라 알코올 때문이면 금주를, 담석 때문이면 내시경적 총담관담석제거술 또는 담낭절제술을, 혈중 지방농도가 높은 경우라면 약물치료를 실시합니다. 다만, 급성췌장염 중 20%에서는 중증으로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나타납니다. 이때는 발병원인을 제거한 후 췌장이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치료와 통증 치료를 시행하며 경우에 따라 내시경, 중재 방사선 혹은 외과적 방법으로 치료를 실시합니다.

만성췌장염은 증상 완화를 위한 대증적 치료가 이뤄지며 주로 통증 조절, 소화효소 보충, 당뇨병 및 제반 합병증 치료를 진행합니다. 진통제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하면 신경차단술이나 췌관의 폐쇄를 해소하기 위한 내시경시술, 외과적 수술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췌장염은 평생관리가 필요합니다. 증상과 합병증이 없는 초기라면 정기검사를 통해 경과만 관찰하지만, 증상이나 합병증이 있다면 정기적인 진찰과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Q6 : 췌장염은 췌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나요?

현재까지 췌장염과 췌장암은 서로 다른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급성췌장염이 췌장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췌장암 환자의 1% 미만에서 암덩어리가 췌장액의 흐름을 막아 급성췌장염을 유발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한편 만성췌장염과 췌장암은 다소 관계가 있습니다.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췌장암 발생률은 5% 정도입니다. 따라서 만성췌장염 진단을 받았다면 금주와 금연을 모두 실천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췌장암 발생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Q7 :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급성췌장염의 재발률은 20~27% 정도이며 알코올에 의한 재발률은 46%로 매우 높습니다. 또한 급성췌장염에서 만성췌장염으로 진행되는 비율도 14.8~16%에 이릅니다. 이처럼 높은 재발을 막으려면 가장 먼저 병의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췌장염의 주요원인이 알코올인 만큼 금주가 우선돼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급성췌장염이 완치된 후 다시 술을 마시면 재발위험뿐만 아니라 만성췌장염으로 악화될 위험도 커지기에 반드시 술을 끊어야 합니다.

담석성 췌장염이 반복된다면 담석을 제거하기 위해 담낭절제술이나 담도내시경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담석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기름진 식사는 피하고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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